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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의 퓨전홈 이야기/책, 영화 그리고 퓨전 이야기

홀로 되신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 일...

  내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서니 부모님은 더 연로 하셔서 거동도 힘들어 지시네요.  밥 한끼 혼자 해결 못하시는 홀 아버지가 계신 까닭에 어디 맘 놓고 여행은 커녕 시부모님 찾아 뵙는 일 조차 지난 1년 동안 한번도 못했읍니다.  우리 시부모님 참 강건 하시고 제게 싫은 소리는 고사하고 친정 아버지 군소리 없이 잘 모셔주는 딸이라 늘 이뻐 하셨던 분들이신데 시어머니 목욕탕에서 쓰러져 중환자실에 계실 때 조차 찾아 뵙지 못하니 섭섭하신가 봅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살 때는 살림 도우미 아주머니가 계셔서 아주머니께 부탁 하고 일년에 한 두번은 시부모님을 방문 할 수 가 있었죠.  그러면 우리 시아버님 저에게 미국 당신 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 아버지께 매일 국제 전화 하시라 종 주먹을 대셨죠.  울 남편 나 없이는 자기 부모님도 찾아 뵙지 않아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서 남편 한테 물었죠.  왜 당신 부모님 찾아 뵙지 않는냐고.. 우리 남편 하는 말 당신 부모님이야 조금 섭섭 하시기는 해도 가끔 찾아 뵙는 다른 두 아들과 딸이 있고 만일 자기가 나 없이 자기 부모님 찾아 뵈면 울 아버지가 너무 미안해 할까봐 안 간다고… 사실 시어머니 쓰려 지셨을 때 울 아버지께 말씀도 못 드렸어요.  당신 때문에 자식 노릇 못하고 사는 딸과 사위에게 너무 미안해 할까봐… 

 

  7  년 전 울 아버지 중풍으로 2번째 쓰려 지셨을 때 울 남편 주저 없이 직장 그만 두고 한국으로 와 주었어요.  한번 한다면 하는 제 성격을 아는 까닭에 아버지 편찮으셔서 미국에 못 들어 가겠다는 제 말에 아무런 토도 안 달고 한국으로 와 주었지요.  그리고 7년 한국에서 아버지 잘 모시고 살다 작년 이 맘 때쯤 회사 내에서 승진 하면서 본국으로 들어 오라는 명령서가 나왔어요.  울 아버지 아무 말없이 저희 따라 미국에 오셨어요.  그동안 당신과 살아준 우리에게 미안 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 하고 그리고 우리 시부모님께 미안하고…


  미국 모시고 오니 바로 받은 아버지의 미국 영주권으로는 어떤 의료 혜택도 받을 수 가 없더군요.  메디 케이드, 메디 케어등 어떤 것도…


  지병에 연로 하시기 까지 하셔서 의료 보험 사는 것도 만만치가 않고... 병원이 제2의 집 정도로 생각 하시고 사시는 우리 아버지 너무 불안해 하시고,  저희 또한 상당히 불안 하더군요.  미국 의료비 상상도 못하게 비싸죠.  의료 보험 없이는 웬 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잘 안갑니다.  더구나 친구도 없고 가실데도 없고 감옥 아닌 감옥 살이에 1년 동안 많이도 늙으셨네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해 해결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감옥살이 하시는 우리 아버지 의료 보험, 그리고 적어도 1년에 2번 정도는 시부모님 찾아 뵐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래서 찾은 결론이 다시 아버님 모시고 한국 행 하기로 했네요.  지금 회사에서는 불가능해 울 남편 그동안 쌓아 왔던 모든 커리어 버리고 공직 생활 택했습니다.  우리 남편 저로 인해 2번 자신의 꿈과 삶을 포기 했습니다. 

 

  저 입이 열 개가 있어도 울 남편 한테 할 말 못하고 살죠.  제 입에 늘 붙어서 나오는 말 “Honey, I’m so sorry.”   우리 남편 이 소리 정말 듣기 싫데요. 제발 Sorry라 생각 하지 말라네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 한 테도 항상 미안 하죠.  속 깊은 우리 아이들 말을 안 해 정말 몰랐어요.  한번은 우리 아들 넘 친구 하나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러더군요.  “Umma, It’s unfair for Sean.”   아들넘 션의 친구가 저한테 그러데요.  우리가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 션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그날 저녁 제가 우리 아들들 붙잡고 이야기 했어요.  정말 엄마가 미안 하다고…. 하지만 너희는 엄마가 없어도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컸지만 할아버지는 엄마 없이는 살 수가 없는 분이라고…

우리 아들들 이해 한데요.  그냥 걱정 없이 가라고…

 

   저는 정말 입이 열개라도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도 저절로 내 입에서 나오는 "Honey, I'm so sorry."
우리 남편 드디어 제 입에 자물쇠 달았어요.  절대로 Sorry 소리 입 밖에 내지 말라네요.  자기가 자물쇠 풀어 줄 때까진 절대 열지 말라네요.  제 입에는 커다란 자물통이 달렸어요. 남편이 열어 주기 전 까지 열 수 없는 큰 자물 통...


  사람이 사람 도리 하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드네요. 가끔씩은 울 아버지 엄마 계신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정말 몹쓸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신세 한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한국 정부에 바라는 노인 복지 정책 때문이라 할까?

우리 시부모님은 80순이 넘으셨어요.  두 분다 연로 하셔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하죠.  당행 스럽게도 우리 시부모님 미국 의료 보험 혜택을 받아 하루 5시간 씩 간병인 겸 복지사가 집에 방문해 식사 챙겨 드리고 집 청소도 해주고 약도 챙겨 드립니다.  덕분에 자식들은 한시름 놓고 살죠.  그냥 자주 방문해 즐겁게 해드리기 만 하면 되니 부모님 방문이 그다지 버겁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까닭은 같은 미국이라도 비행기로 4시간 반 걸리는 거리이니 당일 치기가 불가능 합니다.  이 쪽에는 풍에 걸리신 우리 아버님, 미국 저쪽 끝에는 연로 하신 시부모님… 그사이에서 정말 맘이 편칠 않네요.  만일 우리 아버지도 시부모님이 받는 의료 혜택 같은 걸 한국에서 받을 수 있었다면 저희의 삶이 이다지 고달프진 않았을 거라 생각 해요.  정치 하시는 분 들께 바라는 건 그저 눈앞에 있는 권력만 보지 말고 연로 하셔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노인 복지에 대해 눈을 돌려 달라고 하고 싶네요.

 

  저같이 가끔은 몹쓸 생각하는 몹쓸 딸이 아닌 정말 부모님 잘 모시고 사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 하는 마음과 함께 이 글을 씁니다.